2024.05.22 (수)
[예산일보] 요즘 언론을 통해 여권을 중심으로 총선용으로 모병제 도입을 검토중이라는 기사를 접하고 있다.
물론 모병제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원론적 검토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출산율 저하에 따른 병역자원 부족문제의 해소와 맞닿아있는 이슈라서 나름대로의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에 따라 당면한 최대 사회경제 이슈인 양극화문제, 실질적 평등과 공정의 가치와 연결시켜 생각해본다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직종 및 직업의 다양성이 부족하던 시절 소위 시골출신으로 가난한 부모 밑에서 오로지 자기 힘만으로 어느 정도 사회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는 계층 이동 사다리는 그리 많지 않았고 그중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흔히 부르는 사법·행정·외무 3대 고시일 것이다.
물론 오늘날 직업의 귀천을 따질 수도 없을뿐더러 다양성의 가치가 확립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엉뚱한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지방에는 모교출신 아무개가 무슨 시험에 붙었다는 걸 커다란 현수막에 걸어놓고 온 동네가 잔치를 하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가 사시낭인(시험을 오래 준비했는데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 폐해극복을 위해 로스쿨제도가 도입되고 행정고시의 경우 폐지를 검토하다가 여론의 반발에 의해 전격 철회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나름대로는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고 논거도 명확하다. 하지만 기회의 평등이 곧 공정사회 구현의 첫걸음임을 감안할 때 사시폐지 논란은 아직까지도 진행형임을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젊은 청년들이 장기간 고시공부에 몰입함에 따라 국가 전체로 볼 때 인적자원의 낭비이므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논리도 타당하나 실제 로스쿨 도입 이후 합격생 대부분이 인서울 그중에서도 소위 명문이라 할 수 있는 SKY대학에 집중되어 있다는 언론의 보도는 누구나 한 번쯤은 접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병제 도입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남북평화 및 공존 분위기의 성숙여부에 따른 안보적 측면의 판단은 차지하고서라도 모병제를 도입했을 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군입대를 선택하게 된 젊은이들에게 과연 용병 이상의 투철한 사명감과 직업의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사회계층간 보이지 않는 장벽 및 위화감만 커지지 않을 것인지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보여 진다.
과거 가난했던 시절 각종 병역비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학력과 출신지역, 집안 등과 관계없이 그래도 가장 평등하다고 간주되었던 곳이 군대였다고 말들하곤 한다. 물론 최근 예비역장성의 갑질 논란 등과 권위주의적 군사문화의 부작용에 대해서 비판이 많고 필자도 취지에 수궁하는 바이다.
하지만 고졸 상병이 명문대생 이등병보다 경험과 능력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군대라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구절벽이라고까지 불릴 만큼 심각한 출생률 저하문제와 군사수가 아닌 정예강군 육성의 당위성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전에 내가 돈이 없어서 군대를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 아닌 청춘의 한 자락에서 소위 스스로 계산기를 두드려보아서 종합적으로 선택할 만큼의 매력도를 먼저 키우는 것이 실질적 평등과 공정의 가치 구현에 근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우선과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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